27일 조주연 서울사경센터장 온라인 특강 연사로
“공공‧기업 중심 벗어나 시민 주도로 더 오래가야”

최근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서울의 사회적경제는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여러 사업의 예산이 삭감되거나 축소됐음을 체감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내부적으로 잘 다지고 외부적으로 잘 설득해야 하는 시기”라며 “앞으로 만만치 않은 과정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끝까지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27일 오후 2시 ‘2022 소셜 콜라보레이터 커뮤니티-연사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강연은 조 센터장이 ‘끝까지 하는 용기’를 주제로 사회적경제 정책개발에서 거버넌스 성장, 기업 지원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센터 메타버스 채널을 통해 3차원 가상공간에서 만난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이 다양한 주제로 소통했다.

27일 열린 ‘2022 소셜 콜라보레이터 커뮤니티-연사 특강’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메타버스 채널에서 진행됐다./출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채널 화면 갈무리

‘사회적경제’는 인간의 상호성에 기초해 협력과 연대라는 가치를 달성하도록 조직된 경제 형태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중심으로 사회적경제가 시작됐다. 이후 2010년대 기업을 키우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을 성장시킨다. 공공과 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오면서 사회적경제는 시민들의 일상과는 다소 괴리감이 생긴다.

서울시사회적경제는 2019년부터 공공‧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시민’ 중심으로 변화를 꾀한다. 조 센터장은 “보통 사회적경제라고 하면 어렵게 인식되지만,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는 좋은 방법론은 모두 사회적경제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네덜란드 노트르담시에서 시민들이 직접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015년 개통한 보행자 전용 육교 ‘루흐트진겔’이 대표적이다. 다리가 필요한 시민들이 서로 협력해 공공의 예산이나 기업의 협찬 없이 자체적으로 육교를 기획하고 건설했다. 

서울시에서 2014년부터 시작된 동대문 루프탑 파라다이스(DRP) 프로젝트도 비슷한 사례다. 비영리 민간단체에 속한 청년들이 동대문 상가 옥상에 방치된 오래된 신발 창고를 정리해 정원을 만들고 양봉, 목공, 파티 등 시민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했다.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정책 개발, 거버넌스 성장, 기업 성장, 시민경제까지 잘해내려면 공공과 기업, 시민 등 여러 주체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두 사례 모두 사회적경제 기업이 참여한 건 아니지만, 시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참여하고 해결에 나섰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조 센터장은 “시민들이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사회적경제를 하나의 방식으로 선택하면 될 뿐, 사회적경제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시민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바꾼 서울시는 사회적경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업도 시민 주도라면 포함시키며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적경제의 핵심인 타인과의 협력과 신뢰 수준이 깨지며 위기를 겪는다.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의 일상을 개선하는 ‘같이살림 프로젝트’, 중장년 라이더를 고용해 취약계층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서비스, 소상공인과 협업해 위기를 극복하는 사업 등을 펼치며 대응했다.

조 센터장은 향후 서울시 사회적경제의 과제는 “더 오래 가는, 시민 주도의 정책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주도의 정책에서 상호 협력 정책으로 △기업 중심에서 기업을 포함한 시민으로 △정부와 광역 단위에서 기초와 기초를 연결하는 단위로 △창업과 성장 지원에서 커뮤니티와 소셜미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성과 입증에서 시민의 관계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향후 과제에 대해 "더 오래 가는, 시민 주도의 정책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조 센터장은 이날 강연 제목을 정여울 작가의 책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따왔다고 소개했다. 책에는 “정당한 질문에 그럴듯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 잘 질문하고 도발적으로 캐묻고 끈질기게 파고들고 마침내 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문장이 있는데, 사회적경제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경제를 사람들이 어떤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협력해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방법으로 만들고 싶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