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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넷] 사회주택 보증보험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3-24   조회수 : 59
  •  이로운넷=이한솔 사회주택협회 이사장 
  •  
  •  입력 2022.03.22 05:30

 

[사회주택에 삽니다] 13. 부동산 '땜질 정책'이 만든 제도 공백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보증금 책임 회피하는 하는 정부
관료 중심 시스템 넘어설 '거버넌스' 필요

2022년 사회주택의 첫 번째 과제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운영사가 입주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이다. 이 상품은 전세계약 종료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갚지 못할 경우 보험사(주택도시보증공사나 주택금융공사)가 대신 갚아주는 상품이다. ‘가입하면 되지?’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지난 1년간 가입을 꾸준히 시도했는데도 실패한 역사가 있다.

출처=Getty Images Bank

첫 번째 이유는 땜질하듯 메꿔온 주택 정책의 현 상황 때문이다. 5년마다 정부가 바뀌면서 자기만의 브랜딩과 단기간의 성과에 집중하다 보니 정책이 오락가락한다.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10년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 뉴스테이,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등 복잡한 구조는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렵다. 임대주택 유형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주택의 세금이 문제면 조세제도를 일부 규제하고, 갭투자가 문제면 금융제도를 조금 손본다. 두더지 게임처럼 문제가 튀어나올 때만 두들기니, 종합적인 정책이나 철학은 찾아볼 수 없고 제도상의 공백만 드러날 뿐이다.

전세 제도는 전세계에서 오직 대한민국에만 있다. 주택공급이라는 국민 최대 과제가 갭투자 및 한국형 부동산 개발의 현금 흐름과 절묘하게 만난 결과물이다. 높은 부동산 개발 비용을 월세가 아닌 보증금으로 감당한다. 수익이 아니라 부채로만 개발해도 충분하다. 부동산 가격은 어차피 오르니까. 적은 자본을 갖고 효과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투기 공화국이라는 악명답게 주거복지의 순기능보다는 자본의 이익이 중시됐고, 과도한 부채 및 갭투자로 인한 전세금 미반환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정부는 보증금을 보증상품 형태로 보호하는 제도를 뒤늦게서야 만든 거다.

문제는 ‘높은 부채비율’과 ‘갭투자’ 방지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위험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민간주택에 일괄적으로 적용했다는 데에 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입주자의 보증금을 빼돌려 다른 개발에 투자할 수 없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 계좌(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 보증금을 포함한 모든 자금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영화 ‘타짜’의 대사를 빌리자면, “돈은 안에서만 돌게 된다.” 어차피 토지비는 정부가 지출했기 때문에, 개발비라고 해봐야 건축비와 간접비 정도다. 부동산 전체 금액에서 부채비율을 따지면, 대한민국의 민간 부동산 개발 중 가장 안전한 편이다. 수년간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에서 보증금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세입자 입장에서는 에스크로 계좌가 뭔지, 공동관리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전세금 반환을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또한 미래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고, 지진으로 건물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세상일이란 게 100%는 없지 않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도 보증보험 상품이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토지주인 정부가 세입자를 외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게 두 번째 이유다. 집은 땅과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다. 입주자가 낸 보증금도 ‘집’을 위해 제공한 자금이었다. 시세 80%라는 기준도 건물가격의 80%가 아니라 주변 ‘집’ 시세의 80%로 책정된다. 애초에 한 세트다. 따라서 보증금에 대한 책임도 토지주(정부)와 건물주(사업자)가 함께 질 문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규정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보증상품 가입 문제는 사회주택 운영사와 입주자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회피했다.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이 가진 권한과 책임 사이의 딜레마 문제다. 아무리 정책 설계를 잘해도 제도의 공백은 발생할 수 있다. 이후에는 제도의 목적에 맞게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책임감’ 있게 적용하면 된다. 하지만 공무의 책임이 국민의 권익과 무관하게 법을 보수적으로 지켰는지만 따지니, 사각지대가 발생하더라도 그들은 해결 주체가 못 된다.

그럼에도 사회주택 사업자들은 보증상품에 가입하려 했다. 그런데, 다음 단계에서 보증상품을 제공하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가로막았다. 건물가의 부채비율 100% 이하 조건만을 고집하며 가입을 거부한 거다. 토지와 건물을 합치면 부채비율은 100%는 커녕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토지를 갖고 있는 정부가 도망갔으니 건물만으로는 부채비율 조건을 맞출 수 없다. 한국의 감정평가 시스템상 건물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한다. 특히 건물은 감가상각되고 토지는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토지를 제외해버리면 애초에 부채비율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 토지임대부에 관한 법은 없지만, 정부는 유사 사례에 따라 상식에 맞게 함께 책임지면 될 문제였다. 정부가 제도의 공백을 회피하는 사이 입주자는 입주자대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고, 사회주택 운영사들은 보증금 안전 여부와 관계없이 과태료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토지주와 건물주가 책임 구조를 나눈다면 보증보험 상품 가입은 1년을 뱅뱅 돌만큼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이 사태를 경험하며 ‘거버넌스’라는 게 한국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했다. 관료 중심의 시스템은 민간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민간은 공공과 협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게 안전하고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결국 우리 사회는 수많은 민간 역량이 공익을 추구할 명분도 이유도 잃는다.

대장동, LH 3기 신도시 투기 사태, 공공성 영역의 확장 등 거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겠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라면, 제발 세입자의 안녕을 책임의 1순위에 두고 생각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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