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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넷] [옛날 사경, 요즘 청년] "보이지 않는 성차별 존재해"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7-01   조회수 : 132
  • 기자명 이로운넷=박초롱 기자      
  • 2022.06.24 06:35

 

실무자 숫자는 여성이 많지만 결정권자의 비율은 남성이 많아
성역할로 설거지, 뒷정리 등의 업무 여성활동가에게 고정 돼
성희롱, 성차별 느껴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장치 없어

 

사회적경제에 애정을 갖고 일하는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일의 의미'를 찾는 청년들이 모여서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분야도 다르고 연차도 다른 청년들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내친 김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의문을 담아 '왜요레터'를 발행하기로 했다. 오는 12월까지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노동환경, 전문성, 일의 진행 방식, 젠더, 정치 등을 주제로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 할 예정이다. <이로운넷>은 이들 청년의 고민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옛날 사경, 요즘 청년] 코너를 마련했다. 날것의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익명을 택했다. 다소 거칠지만 솔직하고 생생한 청년들의 대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대화 전문을 보려면 '왜요레터'를 신청(클릭)하면 된다.

❓별별 : 중간지원조직에서 근무 중.  사회적경제로 진입한 건 5년 미만. 여성으로 느끼는 어려움이나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고민해주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조직문화에 절망감을 느끼기도 함.

❓피치 : 3개의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있음. 3개 조직 모두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돼 퇴사. 지금은 비사회적경제인. 당시 이런 고충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음. 

❓카롱 :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음. 독한, 드센, 일에 미쳐야만 여성이 리더가 될 수 있는 환경에 아쉬움이 많음. 이사회, 노동이사제 등 전반적인 제도개선에 관심이 많음.

❓지지 : 여성 활동가로 일하면서 무시와 어리숙한 취급을 당한 경험이 많음.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며 사회적경제라는 단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애증의 크기가 큼. 

❓지니 : 형동생 문화가 업무에 까지 지장을 주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음.  여성이 문제제기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주변 환경과 분위기를 먼저 지적해야한다고 생각함.

❓슈슈 : 주변의 동료들이 승진에서 배재당하는 것들을 직간접적으로 봐왔음.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동료 활동가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도 자주 봄.

❓튼튼 :  젠더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함. 젠더와 관련된 수치들을 도표화해서 업무적 영향과 특성을 객관화하는 정기 회의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바램이 있음.

출처=Getty Images Bank

대부분의 사회적경제조직에는 여성 구성원의 비율이 높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는 여성친화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눈에 띄는 성차별은 거의 없지만 결과적으로 여성이 배제될 수 밖에 없는 환경과 제도들이 많았다.

이사회나 결정권자의 성비는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이다. 이는 여성의 환경과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ESG가 주목 받으며 사회적경제를 비롯한 소셜섹터 여성 리더들이 각종 이사회에 영입되고 있지만 사회적경제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성의 생애주기를 배려한 제도도 미흡했다. 좋은 일자리를 지향하고 만들지만 소속된 여성 활동가들이 출산이나 육아를 경험하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 

'사회적경제와 젠더'를 주제로 모인 8명의 여성 활동가들이 소속된 조직 중에 성차별 등을 공식적으로 문의할 수 있는 노사위원회나 고충처리위원회 같은 기구가 있는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여성 활동가들은 불편함을 느끼면 개인이 조심했다. 또한 친한 선배나 동기에게 비공식적으로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발화됐다. 또한 절차가 있더라도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되는 사례 역시 적었다.

일상적인 업무에서 다과, 행사 이후 마무리 등에 성역할이 반영 돼 여성 활동가가 암묵적으로 이를 담당한 경우가 많았다. 별별(닉네임)은 "남성 활동가들은 자연스럽게 다과나 행사 마무리 정리 등에 참여하지 않는 일이 많고 사사건건 '이거 같이해요 저거 같이해요' 하기도 쉽지 않다"며 "다른 활동가들과 이야기하니 ‘원래’ 남성 활동가들이 이런 거 잘 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에서 알 수 없는 불편함들이 존재한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여성 구성원의 비율이 높은 많큼 여성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 내부의 노력, 자발적 또는 강제적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카롱(닉네임)은 "일시적이더라도 강제적인 제도도 필요하다"며 "사회적경제도 노동이사제를 비롯해 거버넌스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튼튼(닉네임)은 "기관 전체 성비, 결정권자 성비, 사업 대상자 성비를 도표화해 업무적 영향과 특성을 객관화하는 정기 회의 등이 필요하다"며 "'우리 기관은 전체 구성원 대비 여성 결정권자 수가 적으니 다음 인사시엔 여성 승진을 독려하겠다' 혹은 '사업 대상자는 남성이 많은데, 실무자가 여성이 많은데서 오는 고충이 뭔지 얘기해보자' 라는 식으로 반추를 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논의하는 건설적인 자리가 생기면 무언가는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Getty Images Bank

Q. 사회적경제에 성차별은 존재하나?

피치 : 서너개의 사회적경제조직에서 4년의 경험을 쌓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업무 능력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고, 남성적인 문화에 의문이나 분노를 느끼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쉽게 꺼낼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았다.

별별 : 심각하게 불쾌감을 받을만큼 차별이나 배제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래서 언어로 풀어내는 것은 더 어렵다. 하지만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여성 직장인으로 겪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전 조직에는 여성 구성원이 많아서 결혼과 출산을 한 여성에 대한 배려도 자연스럽고 대부분 수평적인 조직문화였다. 그런데 지금은 남성 리더십이 좀 더 강한 분위기여서 일하고 적응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

달달 : 사실, 이전까지는 '성차별? 잘모르겠는데' 이 느낌이었다. 또 내가 속한 조직이 조직문화를 열심히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안해 본 것 같다. 조직의 역사가 6~7년 정도 인데, 그동안 많은 여성 조합원들이 거쳐갔을거다. 그런데 지금은 이전부터 오랫동안 일한 여성 조합원은 다 나가고 없다. 이번 대화에 참여하면서 ''우리 조직의 여성 조합원은 다 어디로 갔지?', '(여성으로) 일하는 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했나' 같은 의문이 들었다. 또 큰 일이 없었더라도 어떤 이유들로 어려움을 느꼈을 지 궁금했다. 나는 우리 조직에서 오래 일하고 싶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들을 만났을 때 잘 해결해 나가고 싶다. 

Q. 사회적경제 분야의 ‘젠더 감수성’ 민감도는 얼마나 될까?

지니 : 생각보다 감수성이 높지 않다. 사회초년생일 때, 회의에 참여했다. 그동안 항상 나이 많은 여성 활동가들이 참여하던 회의였는데 2030세대인 내가 참여하게 됐다. 그런데 나이 많은 남성 실무자가 나를 소개하면서 젊은 여성이 들어와서 맛이 다르다는 표현을 썼다. 불쾌했다. 그리고 친한 활동가 여성이 남성 동료의 송별회에 참석했다가 '역시 여성이 오면 꽃 같은 것도 필요 없다'는 표현을 듣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젊은 여성들에 대한 인식, 그리고 조심하지 않고 말하는 문화가 아직까지 너무 많다.

별별 : 우리 조직은 사업을 담당하는 여성의 비율이 적다. 지원업무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더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사무실 관리, 다과 구비 등의 업무가 자연스럽게 여성에게 쏠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남성 실무자와 같이 일을 하더라도 여성인 내가 간식을 준비하거나, 식사 후 음식물을 치우는 뒤처리 같은 업무들을 자연스럽게 내가 맡게된다. 남성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안해서 사사건건 "이거 같이해요, 저거 같이해요" 하기도 쉽지 않다. 다른 여성 구성원들과 이야기하니 여긴 ‘원래’ 남성들이 이런 거 잘 안한다고 하더라. 이런 부분에서 알 수 없는 불편함들이 존재한다고 느낀다.

카롱 : 가치를 지향하는 분야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보면 생각보다 높진 않은 것 같다. 

Q. 여성 활동가로 일하며 느낀 고충은? 

피치 : 다과 준비, 설거지, 냉장고 청소 등등. 자꾸 그런 걸 ‘나에게만’ 시킬 때 화가 났다. 나도 귀한집 딸이라 그런거 잘 못한다. 내가 이 일을 할 시간에 다른 걸 한다면 더 성장할 수 있을텐데, 왜 굳이 나 혼자 이걸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더 실망했던 건, 따로 청소해주시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우리가 사무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한다며 "조금만 신경써달라"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내부에 전하니 "돈 내고 사람 쓰는 건데" 라고 이야기하더라. 사회적기업에 온 사람들은 어느정도 마인드가 갖춰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사회적기업이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지 : 조직 내부에서 겪었던 경험은 없는 것 같다. 여성 활동가로의 경험을 생각해봤을 때는 꽤 있다. 주민공모사업을 진행하다보니 도시재생지역의 주민을 만날 일이 많았다. 대부분 나이 많은 남성이다보니 젊은 여성들에게 (신체적) 터치를 한다거나 어리숙하게 취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행정적인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설명해도 ‘너가 뭘 아느냐’, ‘팀장 데려와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튼튼 : 사업대상자들에게 여성이라서 무시를 당하거나 성희롱을 당한 일들은 많았다. 30대 초반 당시, 저녁 11시에 40대 미혼의 남성이 다짜고짜 셀카를 보내온 일도 있었다. 또 대출사업을 하면서 감액 항의 전화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여성인 내가 설명하면 한 시간 두 시간 설명을 해도 짜증만 내다가 남성이 전화해 ‘죄송합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라고 하면 해결 됐다. 그래서 우리팀의 악성 민원인 대응 비공식 루트는 남자 팀장에게 번호를 넘기는 거였다. 그럴 때마다 내 업무를 내가 해결하지 못한다는 느낌에 자존심이 상했다. 

이건 정부 수탁 중간지원 조직에서 일할 때인데, 해당 조직은 지역 친화적인 활동이 많았다. 주민들을 만나는 업무가 많았고, 모임마다 다과를 준비하는 게 주요한 업무기도 했다. 사원 간 직급이 같았고 나이나 연차가 달라도 서로 존대하고 각자의 사업을 존중하고 지내는 조직문화였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 차려 보니까, 사업과 상관없이 모든 다과 준비와 설거지 같은 것이 여성인 나에게 다 몰려있었다. 처음엔 내가 신입이고 막내니까 협력해서 일해야 하는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그게 너무 당연해졌다. 마음과 정성을 들인 일이 성역할 분담으로 전가될 때 부당함을 느꼈다.

카롱 : 비영리나 사회적경제조직의 특성상, 남자가 적다. 또 내가 거친 조직에는 여성들이 육아나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팀장들이 대부분 남성이었다. 비슷한 경력과 나이여도 남성이 더 빨리 승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하면서 남자 동기보다 내가 더 일을 잘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경험들을 비춰보면 내가 아등바등해도 저 사람이 먼저 승진하겠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간헐적으로 업무의 동력을 잃기도 했다. 

출처=Getty Images Bank

Q. 여성 활동가는 많지만 여성 리더는 적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유를 체감하는 과정이 있었는지.

슈슈 : 대부분의 조직에서 일하며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동안 일해왔던 곳들은 20년 내외의 역사가 있고 사회적경제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조직들이다. 조직 구성 자체는 여성이 많았지만 팀장의 비율에는 남성이 더 많았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특성이 반영되는 일이 아니니, 남자가 월등히 잘하는 건 아닌데도 말이다. 또 결혼이나 육아를 경험해도 조직 내에서 여성에겐 마이너스 남성에겐 플러스가 되는 것 같다. 여성한테는 기회를 안주는 사례도 있었다. 연차도 길고 성과도 좋은 여성 실무자가 승진을 앞두고 있으면 외부에서 남자를 뽑아오거나 아니면 그 사람보다 연차가 낮은 남성 실무자를 승진시키는 인사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인사권자 역시 5060남성이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사적체 사례도 많아서 문제제기도 했지만 해결 되지 않았다. 역량개발을 해도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는 게 보이니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

튼튼 : 이전에 일했던 조직은 여성의 비율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조 발언을 하거나 비전이나 미션을 제시하는 역할, 외부 네트워킹은 대부분 남자들이 전담했다. 남자들의 네트워킹 범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성 리더들은 살림과 육아까지 해야하는 경우가 많으니 회사에서 에너지를 조금만 쓰고 집에 돌아가길 원하더라. 그래서 당장 눈 앞에 있는 일만 처리하기 바빴다. 장기적으로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일들을 못하는 것 같았다. 그중에 자기계발에 욕심이 있는 여성들은 상황과 체력의 한계를 넘으며 꾸역꾸역 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남성과 여성 사이 격차가 벌어진다. 남성들은 핵심 이론이나 비전, 철학에 능통해져서 승진 대상이 될 때도 큰 걸림이 없지만 여성은 아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 진입하면서 공부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카롱 : 지금 볼 수 있는 여성리더십은 앞에서나 뒤에서나 ‘독하다’, ‘드세다’는 이미지를 가진 분들이 많다. 사회초년생 때는 ‘여성은 독하지 않으면 리더가 될 수 없나봐’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선배 세대는 여성이 리더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더 열악했기 때문에 남성 중심의 리더십과 더 격한 경쟁을 했었어야 했을 거다. 또 나 자신도 끊임없이 여성이라고 무시당하고 어리숙한 취급을 받다보니 성격이 좀드세(?)지기도 한거 같다.

Q. 사회적경제조직은 여성 실무자의 고충을 어느 정도로 이해하고 고려하고 있을까.

슈슈 : 사회초년생일 때 아버지 뻘인 50대 전문위원이 ‘귀엽다’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고 보니 다른 여성 실무자에게도 그렇게 했더라. 여성 팀장에게 이야기했다. 특별히 해결되지 않았다. ‘너가 조심해’, ‘너가 이해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그냥 내가 그 사람을 피했다. 그런데 업무상 함께 출장을 다녀 올 일이 생겼는데, 차 안에서 내가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니까 ‘또 눈감으면 뽀뽀할거다’ 라고 이야기하더라. 그 사람과 나 두 명 밖에 없는 밀폐된 공간인 달리는 차 안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대처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후 고민하다가 친한 선배에게 이야기했더니 부장급에 보고됐다. 그 당시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위원회나 협의회 같은 제도가 없었다. 가해자에게 구두 경고를 하고 끝났다. 그 사람은 그 사건 후 내 인사도 안받고 나랑은 말도 안했다. 퇴사할 때까지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내가 가해자가 된 것 같았다. 나중엔 내가 이상한건가 내가 너무 예민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별별 : 이사가 다른 여성 활동가를 ‘언니’라고 불렀다. 직급이 없는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불러서 듣는 나도 화가 났다. 당사자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처음엔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냥 넘긴다고 했다.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기분 나쁜건 이해하지만 언어습관이라서 변화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전달할 때 내가 너무 부드러운 언어로 이야기해서 부당함이나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카롱 : 대부분의 조직이 여성 활동가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거 같다. 못하고와 안하고가 합쳐져 있다. 나는 성격이 직설적인 편인데 이런 상황을 마주치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미묘한 부분이 많아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너 그때는 말 안했으면서 이제와서 그래’는 최악의 반응이다. 감수성 없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심지어 직급차이가 커서 권력도 있는 사람에게 "그거 기분 나쁘다,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이야기하는 건 쉬운 일 아니다. 여성 활동가들의 업무 환경을 살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출처=Getty Images Bank

Q. 성희롱이나 성차별을 겪었을 때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있는 조직에 속한 사람?

슈슈, 지니 : 우리 조직엔 공식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이 있다.

지지, 별별, 카롱, 튼튼, 달달, 피치 : 없다. (또는 최근까지 속해 있던 조직에 없었음)

지니 : 사실 공식적인 기구가 있어도 명확한 해결을 찾기 힘들다. 

슈슈 : 맞다. 작은 조직인 경우 공론화를 하면서 조직 내에 빠르게 소문이 퍼지는 경우도 많다.  

카롱 : 제도적인 고민이 없고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게 여기서 드러나는 것 같다. 조직원 간의 내부 고민 뿐 만 아니라 조직 외부의 관계에서도 제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야기해보니 어리숙한 취급이나 무시를 당하는 등의 상황은 여성 실무자 대부분이 겪는 것 같다. 무례한 반응을 마주하면 대응방법을 알려주려는 교육조차 없다.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나는 놀라서 돌아오는거고, 그러면 조직의 평가는 어린 여성이기 때문에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귀결된다. 여성 활동가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려는 고민이 없다. 조직 대부분 여성이 절반 이상이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 이제는 고민을 해야한다.

Q. 또 다른 경험들이 있다면?

달달 : 조직내 남성이 많다보니 남성의 의견이 잘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남성이 많으니 공감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어떤 경우 같은 의견이어도 남성이 이야기 했을 때 반영이 더 잘 되는 경우도 있어서 그 부분에서는 의아하기도 했다. 

카롱 : 육아나 출산을 경험하면 일하기 힘들어지는건 영리나 비영리나 마찬가지다. 특히 사회적경제 영역은 임금이 낮으니 결국 경제 활동을 포기하게 되는 쪽은 당연히 여성이다. 그러다 보니 이 영역에서 일하면서 야망있고 욕심있는 여성 활동가들을 많이 못봤다. 왜냐면 결혼하면 애낳고 기르는게 더 중요해 질테니까. 상황이 여성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가 여성들이 일하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야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진 않는 것 같다. 

별별 : 왜 여성이 은근히 차별받고 배재되는 문화가 변화지 않을까 생각해 봤을 때. 소셜섹터 조직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이 조직을 오랫동안 일궈온 리더는 대부분 남성이다. 여성의 환경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 밖에 없다. 또 우리 조직은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조직이라는 자부심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다. 내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해도 ‘아 그랬어? 미안해. 나도 여성차별이 심각한거 잘 알지. 그러면 안되지.’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다. 진짜로 고민해 준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그것보단 친절하게 들어주고 나이스하게 응대해주는게 끝이다. 말해도 그렇게 넘기고 바뀌는 게 없다. 여기선 나의 불편함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절망감을 준다. 내가 떠나야지 하는 마음도 든다.

출처=Getty Images Bank

Q. 사회적경제는 어떤 대안을 만들어야 할까

달달 :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 이상의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러면서도 우리 조직에 여성들이 많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심히 상황을 더 봐야할 것 같다.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누군가 ''예쁜' 달달님 오셨어요?'하는 표현을 계속 사용할 때가 있었다. '굳이 저런 수식어가 붙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동료가 "그날 혹시 기분 상하지 않았냐. 문제제기 했는데 한 번에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직접 말하기 어렵다면 같이 말해보자" 라고 먼저 이야기를 해줬다. 적극적으로 같이 힘써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후 문제도 해결됐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서로 이야기하고 변화하려고 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느껴서 든든했다. 또 주변 동료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조직 문화가 이렇게 쌓이는구나 하는 것도 느꼈다. 든든함을 느꼈다는 점이 가장 핵심이다.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함께 힘써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카롱 : 일시적이더라도 강제적인 제도도 필요하다. 영리는 ESG 열풍이 불면서 여성 이사진을 영입했다. 소셜섹터의 여성 리더들도 영리기업의 이사진으로 많이 영입됐다. 사회적경제 분야도 노동이사제를 비롯해 거버넌스 측면의 부분들을 고민해야 한다. 결정권을 가진 이사회부터가 대부분 남성들이다. 노동이사제나 여성의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

튼튼 : 기관 내부에 젠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형식적인 교육이 될 위험도 크지만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자체의 차이는 크다. 정말 ‘몰라서’ 여성 청년에게 부당한 대우를 할 수도 있다. 좀 더 나아가자면 기관 전체 성비, 결정권자 성비, 사업 대상자 성비를 도표화해서 업무적 영향과 특성을 객관화하는 정기 회의를 실시하면 좋겠다. ‘우리 기관은 전체 구성원 대비 여성 결정권자 수가 적으니 다음 인사시엔 여성 승진을 독려하겠다’ 혹은 ‘사업 대상자는 남성이 많은데, 실무자가 여성이 많은데서 오는 고충이 뭔지 얘기해보자’ 라는 식으로 반추를 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논의하는 건설적인 자리가 생기면, 어떤 기관이든 조금씩은 나아질거라 느낀다. 작은 노력들이 쌓이면 타 영역과는 다른 문화가 정착될 거다. 그러면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적경제의 가치가 조직 문화로 녹아든 사례가 만들어 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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