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강원지역 소상공인협동조합 워크숍 열려
협업 통해 성장한 우수기업 사례 소개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 매출⋅제도⋅협업⋅금융 등에 변화 줘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던가.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으로 소상공인을 둘러싼 사업 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협업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소상공인협동조합’이다.

'10년의 역사 새로운 미래, 서울강원지역소상공인협동조합 워크숍' 단체 사진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소상공인협동조합의 지난 성과와 과제를 되짚어보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시간이 마련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후원하고 (협)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이사장 김성오)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사장 조봉환)이 공동으로 주최한 ‘서울강원지역 소상공인협동조합 워크숍’(부제: 10년의 역사, 새로운 미래)이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소상공인협업활성화 사업’을 기념해 △1부 소상공인협동조합 10년을 말하다 △2부 소상공인협동조합의 내일을 말하다 △3부 새로운 미래 : 소상공인협동조합성장을 위한 협업 네트워킹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김성오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10년을 거치면서 시쳇말로 ‘싹수가 보이는’ 협동조합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며 “이런 협동조합들이 앞으로 성장해서 고생하고 계신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말 전하는 조봉환 이사장(왼쪽)과 김성오 이사장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도 “현장에서 보니 소상공인협동조합 모델은 그 자체로 성과가 있었다”며 “우수 사례 발표에서 볼 수 있듯이, 혼자서 하면 어려웠을 사업인데 여러 명이 모여 가능해진 경우도 있고 다른 업종에 종사하시다가 협동조합에 참여하셔서 시너지를 낸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들한테 어려운 시기이지만 새로운 비즈니스를 적용할 수 있는 게 또 협동조합”이라며 “소상공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업을 잘 개척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모였더니 커졌다…협업 통해 성장한 우수사례

1부는 김흥렬 목원대 교수가 ‘소상공인협동조합 10년의 성과와 협업활성화 사업’ 발제로 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이탈리아는 10인 미만의 소규모 마이크로 기업들이 약 95%”라며 “(이들 사이의) 관계망 및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육성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해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됐고 10년 만에 2만 2618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며 그간의 성과를 설명했다.

단순히 협동조합의 수만 증가한 것은 아니다. 협업을 통해 매출 증대 및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등 ‘혼자보다는 여럿이 낫다’는 것을 증명해 낸 우수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워크숍에는 5개의 기업이 우수 사례 발표에 나섰다.

첫 번째 발표는 메이커 전문기업 한국메이커스협동조합 나래(이하 나래)의 최낙준 이사장이 했다. 최 이사장은 “2013년 개인사업자로 먼저 메이커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내 한계를 느꼈다”며 “이에 2016년도에 기술기반 스타트업 6개사가 모여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힘을 모아 뭉쳤더니 사업적으로 조금씩 매듭이 풀리기 시작했다. 최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설립하니 관공서와의 매칭이나 MOU 등이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됐다”며 “다양한 지원을 바탕으로 2020년에 강원도 최대 규모의 (메이커) 체험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래는 3D프린터, AI, 빅데이터, 드론 등 4차 산업의 핵심기술들을 소상공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수사례 발제에 나선 최낙준 이사장(왼쪽)과 이은희 이사장/출처=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협업으로 대응해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도 있었다. 하이크리닝협동조합의 이은희 이사장은 “옛날에는 세탁소에서 양복만 맡겼는데, 요즘에는 이불 빨래부터 신발까지 맡기는 시대”라며 대형설비를 구입해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이크리닝협동조합은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모아 공동작업장을 구축하고 공동브랜드를 개발했다. 덕분에 위기에 직면했던 지역의 영세세탁업체들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여전히 지역에서의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향한 도전도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사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며 “이에 대응하고자 작년에 하이크리닝 24를 론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인 세탁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하고 무인 카페까지 함께 도전해보기로 결심했고 다행히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우수사례 발제에 나선 대표자들, 맨 왼쪽부터 박병덕 대전화원협동조합 이사장, 오선신 광주명품공예협동조합 이사장, 배종문 황토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출처=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 밖에도 재사용 저가 화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출범했다가 전국 단위의 연합회 설립까지 이끌어낸 ‘대전화원협동조합’,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삶과 자부심을 지켜주기 위해 시작해 4년 만에 조합원수과 매출액이 각각 2배와 7배로 급성장한 ‘광주명품공예협동조합’, 3개의 공장과 15개의 직영매장, 연 매출 20억 원짜리 기업으로 성장한 ‘황토코리아협동조합’까지, 모두 괄목할만한 실력을 보여주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세상이 급변하는 만큼 소상공인도 변해야 한다

2부의 시작을 여는 키워드는 변화였다. ‘소상공인협동조합 성장을 위한 협업 비즈니스전략’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상훈 성공회대 교수는 기후위기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소상공인들의 영업 환경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환경 위기의 원인은 소비”라며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소비의 패턴을 바꿔야 하는 길목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환경적인 제품⋅서비스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누가 빨리 적응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부 '소상공인협동조합의 내일을 말하다' 토론회 전체 사진, 맨 왼쪽부터 김언호 총괄책임자, 김윤권 사무총장, 노영한 사무국장, 이필재 총괄책임자, 임영락 이사장, 유지열 총괄자문위원장, 김동필 회장

각 분야 전문가들도 나와 소상공인협동조합들에게 ‘변화’를 위한 힌트를 제공했다. 임영락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공공시장 진출 모색)과 김언호 대구⋅경북소상공인협업아카데미 총괄책임자(제도개선 제안), 김윤권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협동조합 협업), 노영한 신나는조합 사무국장(금융접근성 향상)이 발제와 토론에 참여했다. 각각 △성장을 위한 공공시장 진출전략(매출) △소상공인협동조합 성장을 위한 제안(제도) △협동조합 간 공동협업을 통한 성장전략(협업) △사회적경제기업 자금조달교육(금융) 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것이다. 이필재 서울강원 소상공인협업아케디미 총괄책임자가 사회를 맡고 유지열 온라인판매자협동조합 총괄자문위원장과 김동필 강원소상공인협동조합연합회 회장도 토론자로 무대에 올랐다.

공공시장 + 민간시장...쌍끌이 전략으로 거래 활성화 하자

임영락 이사장은 ‘성장을 위한 공공시장으로의 진출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약 187조 규모의 공공시장 진출 방법을 소개했다. 임 이사장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운용되는 전용몰(무한상사 서비스)을 들고 나왔다. 공공기관 전용몰은 2022년 1월 기준 약 861개의 공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소상공인 기업들은 상품 경쟁력에만 집중하면 되는게 장점이다. 임 이사장은 “전용몰의 경우 지표 관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소상공인 기업들이) 발주처(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제품을 잘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시장에 진출한 주요 업종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디자인 인쇄 △사무용품 △청소⋅소독⋅방역 △공사 △여행 △행사대행 △문화⋅예술 △식품 등의 8개 업종이 사업내용을 다듬어 공공시장에 진출에 성공했다.

맨 왼쪽부터 김언호 총괄책임자, 김윤권 사무총장, 노영한 사무국장

김윤권 사무총장도 거래활성화 전략을 내세웠다. 다만, 일반 시장 소비자들을 주 타켓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공공시장 비중이 높은 무한상사와 차별화를 꾀했다. 이른바 ‘협동조합 비즈니스 연합사업’ 계획이다. 연합사업은 협동조합 간 협업에 기반한 사업으로 연합체 ‘내부거래’(상호거래)와 ‘외부거래’(판매촉진) 그리고 ‘협업지원’(비즈지원)으로 구성된다. 김 사무총장은 상호거래에 대해 “조합원들이 서로의 물건을 지속적으로 구매해줘 꾸준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7월 15일 론칭하는 온라인 플랫폼 ‘더쎈몰’을 통해 이를 구현할 예정이니 소상공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더쎈몰은 상호거래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공급사-온라인 셀러-사회적 소비자’를 연결하는 상생숍으로, 촉진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거래 역시 "거래를 일으키는 판매장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겠다”고 덧붙여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레임을 바꾸자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자는 논의도 있었다. 김언호 총괄책임자는 ‘소상공인협동조합에 대한 인증 또는 지정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수혜대상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소상공인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강화할 방안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김 총괄은 “냉정하게 ‘소상공인협동조합’이라는 말은 지원사업의 대상을 규정하는 말이다”이라며 “경쟁 사회에서 협업을 실행하고 확산시켜나가는 주체로서 프레임을 짜보는 게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사업자협동조합으로 사업 대상 확대 △소상공인 협업활성화 공동사업 선정시 신규 조합과 기존 조합 분리 △우수 소상공인협동조합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자문지원단 구성과 운영 등을 제안하며 제도개선의 운을 띄웠다.

맨 왼쪽부터 임영락 이사장, 유지열 총괄자문위원장, 김동필 회장

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영한 사무국장은 지원사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이제는 대출을 잘 활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 사무국장은 “소상공인들한테 물어보면 열에 다섯은 아직도 대출에 부정적이고 (정부)지원사업을 원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정부)지원사업은 흐름도 많이 타고 예산에 따라 축소될 수도 있으며 초기 기업들이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규모화를 고민하는 단계에 가면 대출은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며 “(대출을 잘 받는 기업들을 보면) 한 번 잘 준비해서 그것들로 물꼬를 트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 사무국장은 자본잠식을 유발하는 관행(출자금 형태 대신 조합원 개인이 법인에 자금을 대여하는 행위)을 조심하는 등 재무 비율을 잘 관리하면 자금 조달 어려움을 덜 수 있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