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에서 ‘커피박 재활용 사업’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포이엔
지역 카페에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 수거→재활용
지역에 거주하는 은퇴자들, 커피 찌꺼기 수거 인력으로

카페에서 커피박을 수거하는 신은철, 이봉희, 서상우 씨. 신은철 씨는 올해 4월부터, 이봉희씨와 서상우 씨는 올해 7월부터 수거 업무를 시작했다. / 출처=이로운넷

“한 곳의 카페에서 수거되는 커피박(커피 찌꺼기)의 양이요? 많으면 한 번에 110kg 정도 되죠. 하루를 기준으로 보면 적게는 200kg, 많게는 320kg 정도 되는 것 같아요.”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중장년으로 보이는 세 사람이 포이엔 사무실에 모였다. “잠깐 땀을 식히고 출발한다”는 이들은 성동구 내 카페에서 커피박을 수거하는 인력으로, 55세 시니어들의 일자리를 연계하는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로부터 연결 받았다.

“오늘 처음으로 갈 곳은 성동구에 있는 블루보틀이라는 카페에요. 카페 내부에는 안 들어가고, 우리가 커피박을 수거하기로 약속한 장소가 있어서 그리로 갈 거예요.”

포이엔 사무실에서 약 5분여를 걸어 주차장으로 향했다. 쏘카(SOCAR)에서 빌린 전기차에 탑승했다. 차에는 포이엔에서 만든 내비게이션이 탑재돼 있어, 굳이 장소를 입력하지 않더라도 그날그날 가야 할 카페 위치를 파악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안내한다. 커피박을 수거하는 신은철 씨는 “보통 하루 평균 적으면 13개, 많으면 19개 카페를 방문해 커피박을 수거하는데, 오늘은 13곳의 카페를 갈 예정”이라고 했다.

“12시 30분에 출발을 해서 그날그날 카페를 돌면서 수거해요. 그렇게 수거한 커피박은 각 업체별로 얼마나 중량이 나가는지 기록해서 보고하죠. 건조기에 넣고 빼는 일도 하고요. 매일 다르지만 이르면 5시, 늦으면 6시쯤 끝이 나요.”

신은철 씨와 대화하다보니 블루보틀에 도착했다. 주차장 한쪽에 놓인 수거함에는 이미 카페에서 따로 모아둔 커피박이 가득 차 있었다. 세 사람은 차에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뒤, 수레를 꺼내 모아둔 커피박을 차에 실었다. 현장에 동행한 이상민 포이엔 매니저는 “블루보틀처럼 사업에 참여하는 카페에서도 어쩌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그냥 버리면 더 편할수도 있는데, 따로 모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 카페에서 커피박을 수거할 때마다 어디서 얼마나 수거한 것인지 표기해 둔다. 하루에 가야하는 카페 전체를 돌고나면 커피박으로 차가 가득 찬다.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수거한 커피박이 어디서 얼마나 배출됐는지 기록하고, 보고한다. 이후에는 커피박을 활용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로 건조기에 넣고 약 50시간 정도 건조한 뒤, 공장으로 옮겨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수거한 커피박을 차량에 실은 모습./출처=이로운넷

커피박의 참 좋은 변신... 플라스틱, 연료, 비료

포이엔은 커피박 수거와 재활용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버려졌던 커피박을 수거해 생명을 불어넣어 야간 조명 활용시, 커피박을 이용해 연료전지를 만들고, 조명 하우징(전등을 감싸는 플라스틱) 등을 생산한다. 커피박은 인테리어에 활용되는 타일과 패널, 의자, 테이블, 트레이 등은 물론, 저탄소 비료, 친환경 농약, 고형연료 등으로도 거듭난다. 커피박 연료는 기름 성분이 함유돼 발열량이 높기에, 화력이 뛰어나지만, 불꽃은 적게 튀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는게 포이엔 측의 설명이다.

포이엔이 수거한 커피박으로 생산한 제품(의자)./출처=포이엔

본래 포이엔은 부천에 소재했다. 2019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시행하는 R&D 과제를 3년간 수행하게 되면서 사업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지역이 필요했고, 주주인 임팩트스퀘어와 상의해 사업장을 성동구로 옮겼다. 사업장을 이전한 뒤 성동구와 MOU를 맺으면서 커피박 재활용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커피박 재활용 사업은 임팩트스퀘어와 함께 진행한다. 포이엔은 기술개발 R&D를, 임팩트스퀘어는 참여 카페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외적인 활동을 주로 담당한다.

“성동구에 약 300개 정도의 카페가 있어요”

성동구에서 커피박 재활용 사업이 활기를 띄는 이유는 지역적 특성이 일부 작용했다. 성수동이 최근 젊은층들에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카페 수가 많아진 것이 눈에 띄는 요인 중 하나다. 카페가 많아졌다는 것은 커피박도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카페 중에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데, 현재 55곳의 카페에서 수거하고 있다. 목표는 내년까지 절반 수준인 150개 카페와 연계해 커피박을 수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성동구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전력을 많이 쓰는 업체들이 많아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야간 조명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많다”며 “에너지 부족, 야간 조명 수요 충족, 폐기물(커피박) 증가 등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이엔은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고 있다. 이 대표는 "바이오플라스틱 가운데 미생물 연료전지가 있는데, 이것을 만들고 있다. 즉 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밤에도 발광이 가능한 벤치 등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 전지의 경우 현재 개발 마지막 단계로, 1년 내에 결과물을 공개할 계획이다. 

수거부터 재활용까지 효율화... 도심 스마트 물류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것

커피박 재활용 사업은 카페에서 커피박 재활용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 포이엔에서는 카페와 커피박을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 논의해 장소를 확인하고 고정된 수거 장소를 결정한다. 앞서 소개한 블루보틀과 같은 대형 카페의 경우에는 주로 수거함에 보관하고, 개인 카페는 매장에서 보관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우리 사무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주유소에 커피 집하장을 마련했는데, 그곳에 커피박을 넣어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앞서 만난 신은철 씨와 같이 수거 인력을 통한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수거된다. 이 대표는 “우리 공장에 커피박이 얼마나 들어오고, 제품으로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폐기물이다 보니 적시 정량 처리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언제 어느 정도의 폐기물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해야 해서 카페마다 스마트 모듈을 배포했다”고 했다.

스마트 모듈은 카페에서 커피박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형 카페의 경우에는 수거통에서 확인할 수 있고, 소규모 카페에서는 수거가 필요할 정도로 양이 차면 직접 누를 수 있는 버튼을 전달한다. 이 시스템으로 커피박이 수거를 해야 할 만큼 찼다는 신호가 잡히면 내비게이션에 카페 동선이 자동적으로 생성된다. 이 대표는 “수거 하시는 분들이 차량에 타면 특별하게 신경 쓸 것 없이 그날 하루동안 돌아야 하는 카페의 동선을 내비게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이엔이 카페에 배포한 스마트 모듈 센서./출처=포이엔

카페들은 변수가 많다. 좁은 골목 등 차로는 접근이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갑자기 폐업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대량 주문을 받아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폐기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대표는 도심에 맞는 소상공인 물류. 즉 스마트 물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확하지 않더라도 수거 시점을 파악해 수거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폐기물이 배출됐는지 예측해서 적기에 수거할 수 있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으로 수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시스템이 안착되면 커피박 외에도 종이컵, 페트컵 등 카페에서 발생하는 다른 폐기물 수거도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페에서 사용되는 종이컵은 사람의 입에 직접 닿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재질의 종이를 사용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때문에 한솔제지 등 제지회사에서의 욕구도 높다. 제지회사에서는 수거한 종이컵을 골판지나, 재생지 등으로 다시 사용한다. 만약 국내에서 자원 순환이 되지않고 그대로 버려지면 제지회사에서는 버려지는 종이컵을 해외에서 사오게 된다.

이호철 포이엔 대표./출처=이로운넷

이 대표는 “정부가 종이컵 보증금 제도를 12월부터 시행한다. 국내에서 자원순환을 하자는 취지”라며 “제도가 시행되면 우리가 수거한 종이컵을 제지회사에서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이엔의 이같은 방식은 자원순환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