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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동십자각 - 착한 소비자는 착한 기업이 만든다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2-09   조회수 : 168
[서울경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가 가져온 달갑지 않은 변화 중에는 일회용품 쓰레기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배달·테이크아웃이 늘면서 일회용 용기, 식기, 포장재의 사용도 폭증했다. 분리수거 배출일에 아파트 한 편에는 택배 박스나 플라스틱 포장재가 산을 이룬다. 커피 전문점도 거리낌 없이 종이컵을 내줬다.
 
이런 와중에 배달업체들의 작은 시도로 거둔 성과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6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3사는 ‘일회용 수저·포크 안 받기’ 옵션을 기본값으로 설정했다. 불가피하게 식기가 필요한 고객은 배달 시 요청할 수는 있다. 이전에는 일회용 수저·포크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값이었고 원하지 않는 고객들은 ‘안 받기’ 항목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기본값(디폴트값)의 변경은 큰 변화로 이어졌다. 요기요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본값을 변경하기 전 일회용 수저·포크를 안 받은 고객의 비중은 10%대였으나 6월부터는 62%로 껑충 뛰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70%까지 올라갔다. 음식 주문을 하는 10명의 고객 중 3명만 일회용 식기를 요청했고 나머지 7명은 기본값을 ‘선택’한 셈이다. 기존에 소비자 10명 중 1명만 일회용 식기를 안 받겠다고 한 것과는 엄청난 격차다. 배달의민족 역시 기본값 변경을 전후로 일회용 식기 사용량이 대폭 줄었다.

소비자들이 한 달 만에 갑자기 환경 의식이 높아진 것일까. 상당수 소비자는 굳이 필요 없는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이 집에 쌓여가는 데 대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동안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배달업체가 애플리케이션 화면에서 작은 디폴트값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은 넛지를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은 본인이 주도적으로 선택한다고 생각(혹은 착각)하지만 실은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되는 효과다.

이 같은 넛지 효과가 영향력을 강력하게 발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친환경을 위한 소비자의 선택을 설계하는 것이다. 사실 개개인의 ‘노오력’으로 환경에 위협이 되는 플라스틱 사용,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미 사회가 일회용품과 쓰레기 배출을 대량으로 하게끔 설계된 상황에서 이를 거스르는 개인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의 죄의식을 자극하거나 도덕에 호소하는 방식의 환경 운동은 지속 가능하지도,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도 못한다. 우격다짐식 규제는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최근 스타벅스에서 자기 컵을 쓰는 고객에게 기존보다 100원 올린 400원의 할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100원이 가져온 변화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같이 작지만 치밀한 설계는 소비자의 몫이 아니라 실은 기업들의 몫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일회성 장식으로만 쓰지 않으려면 기업들은 설계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기자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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